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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도 인라인스케이트장이 우리들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자전거도로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이어지기를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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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 2018-08-06 18:26:04 , Hit :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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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_2018_08_16_09_14_56.jpg (42.3 KB), Download : 0
 동해안 종주?


병이 도젔다.
몇 년 잠잠하다가 며칠 전 부터 갑자기 어디론가 따나고 싶다는 욕망의 파도가 마음속에서 물결친다.
연일 살인적인 폭염에도 내 확고한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험한 환경에서 하는 도전이 내게 모험심을 자극한다.
삶이 너무 편하고 어려움이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행복과 기쁨은 반대되는 것에서 온다. 고진감래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 일단 떠나는 거야.
평범하고 따분하고 단순했던 일상을 탈출하자.


목적지는 동해안. 난 정동진 밑으로는 가본적이 없다.
삼쳑 영덕 백년손님 남서방네 후포리 포항 울산...
나는 새롭거나 경험해 보지 않은거에 대해 겁이섞인 호기심이 발동한다.
가보지 않은 곳에 간다는 건 언제나 설레인다.
동해안... 말만 들어도 당장 달려가고 싶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확실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은 맑아진다.
나이가 드니까 좋았던 추억보다는 나쁜 기억만 떠오른다.
이번 기회에 머릿속 잡념을 동해물에 씻어 버려야 겠다.
그리고 소모된 내 의지력이 아직 남아 있는지도 알 수 있겠다.
삼박사일? 이박삼일?
이제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뭐 때문에 속도와 기록에 열광했는지 모르겠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보다는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힘들면 쉬면서 배고프면 먹으면서 낭만과 즐거움으로 달리리라.

월요일 아침 여섯시에 꿀잠을 자고있는 땡초 마빡에다 뽀뽀를 하고 집을 나선다.
폭염도 한풀 꺾였나 시원한 느낌이 좋다. 이른 시간이지만 시원함을 찾는 사람들로 자전거길이 빼곡하다.



자전거를 타고 청량리에 도착.
4호차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어 단단히 묶어놓는다.
또다를 자전거가 보인다. 나같은 사람이 또있다니...
그리고 3호자 창가 59번 좌석에 앉았다.
승객이 없어 빈자리가 많다. 입석으로 탈걸 그랬다.^^
신해운대역으로 출발.

일반적으로 국토종주는 북에서 남으로 코스를 정하는데,
난 거꾸로 밑에서 위로 달려보고자 내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도로는 우측통행이다.
오른쪽으로 가야 바다가 더 가깝고 잘 보이고 잘 들린다.
고정관념을 바꾸자. 맞바람이 불어도 헤쳐나가자.

헐 그런데, 용문을 지났는데도 홍익매점 카트아저씨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을 거르고 왔더니 허기가 몰려온다. 홍익카트가 망했나?
삶은 달걀에 시원한 캔맥주 마시고싶다.
이대로 부산까지 가다가 종주고 뭐고 굶어 죽겠다.^^

두끼를 거르고 도착한 신해운대역. 오후 세시에 기온은 37도.
일단 착한가격으로 검색한 해운대 할매소고기국밥을 오천원 내고 먹는다.
평판이 좋은데 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내 입맛에는 한끼 때우는 정도.
나오면서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달맞이 고개를 오른다.
해운대가 한  눈에 들에온다. 이십오년전 사회에 첫발을 해운대에 디뎠다.
많이도 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해운대 만의 아기자기한 멋이 있었다
지금은 고층빌딩이 그 멋을 가려버렸다.

송정부터 해안도로를 달렸다. 혼자라 재미없고 계속되는 바다도 따분하다.
울산까지의 구간은 자전거길이 아니다. 이정표도 없다. 바닥에 파라색도 없다.
본능에 맡긴다. 차와 같이 있는 것은 에너지낭비가 열배로 치솟는다.
후회가 밀려온다. 그런데 경험상 첫날은 항상 나의 결정을 후회했다.
내일이면 또 다른 내가 된다. 제발 그래주기를 바란다.
지금 울산 동구 방어진 찜질방이다. 여섯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도대체 한끼 먹은 국밥의 열량이 어느정도라 말인가.
아무튼 국밥의 위력은 대단하다.

라기 보다는

체력고갈 탈수증으로 입 맛이 없었던 것이다.
바나나 여섯개 털어넣고 갈증은 맥주로 달랜다.
오가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같은 유니폼이다.
현대. 오던길에 보였던 현대자동차 중공업 조선소....
가히 울산은 현대 공화국이다. 현대고 삼성이고 피곤하다.생각을 줄이자
일단 자자.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자. 졸린다.
엉덩이, 무릎아 너희만 믿는다. 버텨줘라.

종주 2일 차. 는 생각하기 싫고

지금 후포리 허름한 여관방에 들어와 있다.
어제 울산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해서 저녁 8시에 포항시 월포에 도착했다.
왜 이렇게 늦었냐 하면 사연이 길다.
호미가 그 호미가 아니다 범꼬리를 내가 호미로 착각한 순간 고생문이 열렸다.
산으로 가더니 선글 분실하고 클릿 슈즈는 밑창이 떨어져 나가 너들너들...
하루가 여삼추가 아니라 하루가 십년 같았다. 자세한 건 나중에...

그래서 월포에서 민박을 잡으려 했더니 글쎄 부르는 게 값이다.
단념하고 씨유앞 탁자에서 자는 듯 마는 듯.
이유는 전날 이온음료를 종류별로 마셨기 때문이다. 박카스 커피 저리 가라다.
카페인 아니면 각성제 등 잠을 못자게 하는 무엇인가 들어가 있다.
한 숨도 못자고 새벽 4시에 월포를 출발.
궁딩이가 아픈게 아니라 전립선이 따끔거린다.
로드 안장이 전립선 안장이 아니다. 당연히 이틀동안 눌렸겠지.
얼마나 아픈지 차라리 근육이 아프면 쉬기라도 하겠지만 이건 쉴 수도 없다.
영덕에서 버스타고 갈 까도 했지만 가는 데 까지 가자고 참아본다.



포항 과메기 피데기 영덕 대게 홍게...이 많은 것 중에 하나도 못먹었다.
물 외는 생각이 나지 않고 먹어도 제대로 맛을 못 느낄 게 뻔하다.

영덕부터 축산까지는 그야말로 강원도 같은 고갯길이다.
숨이 턱턱 멈춘다. 난 힘이 들면 두통이 몰려온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허벅지에 피가 다 몰려서 머리에 갈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게 아닌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고래등불해수욕장에서 온수도 안 나오는 샤워장을 삼천 원 주고 들어가 달아오른 전립선을 식혔다.
차이는 없다. 인사성 없는 아줌마를 뒤로 하고 후포리만 바라 보고 결국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죽을 사다 먹는다. 다른 건 보기 싫다.
무지막지한 땀 배출과 물 과다 보충으로 내 몸이 정상이 아니다. 삼투압이 무너졌다. 세포들이 아우성이다.
죽은 흡수가 좋아 먹었는데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후포에서 울진까지 45km.
평상시면 2시간이면 무난히 소화하지만, 지금은 가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종주간 내 머리속에 맴도는 화두는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다
멈추라고 할 때 멈췄다.

어제도 노숙을 한 이유가 포항을 벗어나 월포까지 가는 길에
좋은 숙소가 몇 곳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2만 원 1식 제공, 모텔 2만 원(성수기 3만원)
시간이 오후 6시 정도 되어서 혹시나 하고 욕심을 부려 더 멀리 간다는 게 그만
숙소도 못 잡고  장시간 전립선이 눌린 관계로 탈이 나 것이다.
만약 어제 제 시간에 멈췄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테데.
거리와 속도에서 집착하지 말자 라는 말은 페달을 밟는 순간 사라진다. 병이다.

내일 상황봐서 여차하면 의정부로 복귀한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종주 해도 안 해도 내 앞날에는 변함이 없는 게 확실하다.
의지력과 고통의 상관관계는 글쎄 고통이 의지력 앞에 있다고 본다.
체력도 고통앞에서는 항복한다. 고통없는 세상이 천국이다.^^

후포리 맛집 검색결과 대게쌈밥 무한리필 9000원.
빨래하고 저녁은 대게 열 마리 먹어야겠다.^^



빗소리도 들리고 대게 생각에 잠이 깼다.
여관에 정오 12시에 들어와서 빨래하고 낮잠을 잤는데 일어 나니까 어둠이 깔렸다.
오후 7시가 향하고 있어 우산도 없이 대게 집을 찾았다.
가는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입구에 "대게 물량 부족으로 오늘 영업 마칩니다." ㅜㅜ
대게의 꿈은 고이 접고...
후포리항구 어시장에 가서 우럭, 숭어 한 마리씩 2만 원에 회를 썰었다.
마땅히 먹을 곳이 없어 다시 편의점 테이블로 향했다.
뜨거운 열기를 씻어 내리는 샤워같은 비가 시원스럽게 내리는 가운데 회를 먹는다.
회를 먹으니 사라졌던 입맛도 살아나고 기운도 생긴다.
회도 다 먹고 비가 그치면 가려는데,
옆에서 담배 피우던 아저씨가 자전거를 보고 말을 건다.
해운대에서 고성까지 간다고 했더니 힘내라면 편의점 건물 위 펜션에서 회와 매운탕을 갖고 내려온다.
거기다 26도 빨간소주까지...
거절도 못하고 또 회를 먹어준다. 하루에 그렇게 회를 무진장 먹어본 적이 없다.
그 분은 대구에 사는 분으로 사진관련 일을 하고 있다. 장모와 처자식들 데리고 휴가차 왔다.
옆에 초등학교 2학 년 딸아이가 계속 지껄이고 있었다.
술, 담배 하지 마라고...^^ 내가 미안해서 과자 몇 봉지 사준다.
집에 두고온 땡초가 생각난다.
비가 그처 외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후하게 대접받고 여관으로 온다.  

또 잔다. 일어나니 삼일차다.

테이핑밴드와 메디폼으로 엉덩이와 전립선을 보호한다. 안장에 앉아본다. 괜찮다.
어제 내린 비로 날씨가 선선하다. 달려보자.
후포리를 벗어나는데 할머니 두 분이 날 부른다.
귀도 나쁘지만 사투리가 심해 못 알아 듣는다. 말 끝에 "껴껴껴" 하시는 것 같다.
폴더폰을  들고 뭐라 하신다.
뭔가 했더니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풀어 달라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비번을...???
그래도 순박하게 보이는 시골 할매들을 위해서...

"자주 쓰는 번호 뭐예요?"

"1234"

"아닌데요. 다른거"

"5678"

"아닌데요...."

그 때. 문득 떠오르는 비번 "0000"

"삐리리리~~~"

비밀번호가 풀렸다. 할매들이 좋아서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아무것도 아닌데 보람을 느낀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게 이렇게 기쁜일이다. 후포리 할머니들 건강하세요.

후포리 백년손님 남서방 보러 갔다. 는 거짓말 이고

바다가 더 끌려서 그냥 지나친다. 아침에 보는 바다는 언제나 신선하다.
경북 동해안은 파도소리가 소곤소곤 들린다.
주위에 건물도 사람도 인공적인 거라곤 없다. 오로지 파도와 바위와 바람 뿐.
북쪽으로 갈수록 하늘은 잿빛으로 변하고 여름내내 습한 대기를 머금고 있던 먹구름이 비를 토해낸다.
시원한다. 페달을 밟으면서도 양말이나 빤스가 비에 젖는 걱정보다는 시원함에 무게를 둔다.
남으로 내려가는 두 명의 여행객은 하얀우의를 썼다.
내가 입은 것 같이 답답하고 체온이 우의 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비를 피하기 보다는 체념하고 비를 친근하게 받아들였다.
오전내내 비가와서 쉬지도 못하고 점심시간까지 페달을 밟아 울진 망양정에 도착하자 비가 그쳤다.
배고픔에 어제먹던 회를 컵라면에 넣어 회라면샤브샤브라는 듣보잡 레시피를 시도했다.
참 맛이 묘하다. 그래도 라면만 먹는 것 보다는 영양이 있어 보인다.
나오면 모든 음식이 귀하다. 음식타령할 때가 아니다. 먹어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도 개이고 울진을 지나 죽변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24시 찜질방이다.
이튿날 숙소를 못 잡은 한이 맺혔나. 자꾸 잘 곳만 찾는다.
다음 기회가 되면 죽변을 경유하고자 마음 먹는다.
죽변은 마을 골목길로 자전거길이 나있다. 그런데 경사가 심하다.
골목을 돌고 오르고 돌아서 오르려는 순간...
내 발이 허공에서 헛돈다. 헉?
이건 뭐지?
체인이 끊어졌다ㅜㅜ
80kg에 육박하는 체중으로 가느다란 체인이 오르막에서 버티다 버티다 터져버린 것이다.
오르막은 안전하게 끌바로 가야하지만 안장에서 내리는 게 싫다는 이유로 사고를 쳤다.
대략 이럴 때 멘붕이 오는 게 사실이지만,
경험상 공구를 준비하고 갔기 때문에 10분 만에 기존의 벌어진 체인을 오무리고 다시 핀을 끼운다.
다시 체인을 걸고 돌렸다.
며칠 고생한 체인이 비를 맞고 오르막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늘어났다.
스프라켓에서 이탈한다. 1단 튀고. 2단, 3단 양호 4,5단 튀고...
그나마 안 튀는 2, 3단 으로만 달린다. 속도가 안 난다. 점점 지루해 진다.
체인을 교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검색을 한다. 삼척에 자전가가게가 있다. 너무 멀다. 대략 50km를 이 상태로 가야한다.
어쩌랴 체인이 없는 걸. 체인을 찾아서 떠나자.



근덕 가기전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 금메달휴게소 한식뷔페에 들어간다.
며칠 물만 먹다보니 뭘 먹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살면서 이런적이 없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난 편식하거나 소식하는 사람이 부럽다. 정말이다.
난 내가 생각해도 정말 가리지 않고 많이도 먹는다.^^ 그게 다 살이 된다. 대사능력도 좋다.
이것저것 일단 담는다. 먹어본다. 맛이 그럭저럭 그런데 너무 많이 담아서 남기면 벌금이다.ㅜㅜ
저녁에 뭘 먹을지도 몰라서 되도록 많은 양을 배에 저장해 둔다. 밥이 에너지고 연료다.
계산을 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아주 맛있게 깨끗이 먹었다며 1000 원을 깎아주신다.
세상에나 이런 경우도 처음이다. 여행이 흥미롭다.
다 받으셔도 된다고 했지만 기어코 7,000원 계산한다. 세상에나...^^
잘 먹는 것도 복이 되기는 되나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누구라고 말을 못하지만 잘 먹는 게 누구한테는 밉상으로도 보인다.
누구긴 누구여 우리 마눌은 밥상에서 하루종일 먹는다며 허구헌날 잔소리를 귀에대고 날린다.^^
금메달휴게소 다음에 또 가마 기다려라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5시 경에 삼척 시내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뿔싸 기존 검색에 있던 가게가 안 보인다.
다른 가게도 안 보인다. 업데이트가 안 된 모양이다.
낭패다. 설마하고 그 주위를 돌다보니 삼천리가게가 있다.
마실자전거, 유사엠티비를 취급한다. 없으면 말지 하고 들어가서 물었는데,
10단 체인은 없단다. 삼척에서 멈출 수 있었다. 체인이 늘어진 이상 더 이상 가기는 역부족이다.
할 만큼 했으니까 다음을 기약할까 하고 자위를 한다.

그런데...
기사회생했다. 주인장도 모르는 10단 체인이 하나 걸려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가격도 착하다.지방이고 보통 샾에서 부르는 게 값인데., 2만 5천 원에 샀다.
한번 더 터지거나 체인이 튀어 도저히 못 타게 되면 교환할 양으로 가방에 넣고 삼척을 빠져 나온다.
추암 촛대바위인지 해수욕장인지 여름휴가차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편의점에서 이번 종주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난 아이스크림 누가 공짜로 줘도 안 먹는다.
그 만큼 내 혈당이 떨어져 몸과 머리가 아이스크림을 원했다.
아이스크림과 포도알이 들어있는 음료를 입에 털어 넣고 또 달린다. 정동진 까지다.

묵호를 지나면서 어둠이 서서히 내려 앉는다. 컴컴해진 망상해수욕장에서 길을 잃는다.
겨우 길을 찾아 나왔는데 공사중인 도로라 아무표시도 간판도 없다.
그런대로 감각에 의존해서 옥계를 지나고 심곡항에 도착할 즈음...
빨간색 자전거 후미등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하면서 여러개 보인다.
종주하면서 처음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자전거 행렬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살펴시 아무도 모르게 뒤를 따라갔다.
앞을 보니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엄마 그리고 학생들...
대가족이었다. 가족끼리 자전거여행을 하는듯 했다.
맨 앞에 할아버지가 위대해 보인다. 아버지도 아니고 연로하신 할아버지가 대열을 끄시다니..
오붓한 가족들 틈에 끼기가 그래서 대열을 나와 다시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밤이라 파도가 더 거세진다. 바위에 부딪친 파도 알맹이가 얼굴을 적신다. 좋다.



정동진 5km 앞두고 가파른 언덕이 나온다. 내릴까 말까 하다가 안 내렸더니
역시나 체인이 뚝 끊어진다. 이제 체인이 끊어져도 걱정도 안 된다.
그러려니하고 삼척에서 산 체인을 갈아낀다.
오르막에서 과감하게 체중을 실어 밟아본다. 튼튼하다. 새것이 좋긴 좋다.
가볍게 어둠을 헤치고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로 넘실대는 정동진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한다.
누울 자리 하나 있어요?  했더니 있는 것 처럼 말하다가
몇 분이세요?
혼자요.했더니 글쎄 말이 바뀐다. 없단다. 쓰레기새끼들
식당에서도 1인 분 안 팔더니
이제 게스트하우스도 한 명을 안 받는다. 어쩌겠는가 돈이 우선이지
3만 원 여관에 들어간다.
이런 컴퓨터도 없고 샤워기 하나 있는 화장실이 전부다.
어쩌겠는가 그냥 잠만 자고 가면된다.
편의점에서 도시락 까먹고 과자랑 자두를 사와서 허기를 채운다.
잔다.

마지막 날이다.

정동진에서 수평선 넘어 붉게 이글그리면서 솟아오르는 아침해를 봤다.

는 거짓말이고 귀찮아서 여관 너머로 떠오르는 김빠진 햇살만 봤다.^^

밥 생각이 없어 바로 출발한다. 사진도 없다. 정동진은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운풍경을 봐도 그냥 시큰둥하다. 감흥이 없다.
고성까지 150km. 강릉까지 시원하게 내달린다.
강릉 비행장에서 전투기 이착륙하는 광경은 볼만했다.
전투기 엔진의 굉음이 천지를 흔들었다. 압도적인 소음에 적군이 놀라 도망치겠다.^^



휴가철이 지났는지 경포대도 썰렁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갈매기들만 애처로이 날고있다.
사천진리 연곡 영진을 지나자 저멀리 주문진이 보인다.
주문진 어시장에서 회를 먹을까 하다가
궁디가 내릴 생각을 안해서 그냥 지나친다.
남애 하조대 양양 속초에 도착한다.
속초는 대도시다.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도시가 복잡하다. 길을 잃었다.^^
몇 번 헤매다가 아바이마을 다리를 건너 속초를 빠져나온다. 힘들다.

낙산 어디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먹는다.
내 앞에 스쿠터 한 대가 서더니 반백의 아저씨가 내린다.
물 한 통을 사서 내옆에 앉는다.
예상했던 대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매번 누굴 만나면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나도 묻는다. 오토바이 여행이 부럽다고...

그 분의 나이는 62세,
대림오토바이 정년 퇴직을 하고 회사의 후원으로 신형 빅스쿠터XQ125를 몰고 108사찰 순례를 하고 계셨다.
108사찰순례 라는 말을 그날 처음 들었다.
난 종교에 대해서 관심 그 자체가 없기 때문에 부처 예수 외는 그들을 믿는 그들이 뭘 하는지 잘 모른다.
아마도 성지순례처럼 전국의 사찰을 돌면서 신앙심을 두텁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달 동안 객지에서 고생하면서도 깨우침을 찾을 때는 보람을 느낀다고 하신다.
그 깨우침은 자전거를 며칠 탄다고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만나서 즐거웠고 안전운행하면서 마지막 남은 6개 사찰순례를 무사히 하시라고 당부한다.
당기면 쭉~~~욱 미끄러지듯 사라지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집에 두고온 쉐도우가 그자리에 있었으면 한다.
현실은 자전거에 올라타야만 하는 게 더 지독한 현실이다.

편의점에서 한 시간이 지체되었다. 통일전망대까지 갔다가 다시 거진까지 내려와야 한다.
촉박하다. 달리자. 북으로 갈 수록 차는 드물고 길은 뻥 뚫렸다.

아무것도 안 하느니 차라리 실수하고 고생하는 게 낫고
완전히 놓치기 보다는 뭐라도 해서 망치는게 낫다.

여행이란 익숙함으로부터 떠나는 것이다.
내게 여행은 나를 벗어나고 생각을 벗어나고 자발적으로 안락함을 떠나 또 다른세계를 넘나드는 즐거움이다.
평형세계 베르베르 소설에 나온다. 이해는 안되지만 여러가지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그것이 나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난 집보다 동해안을 택했다. 또다른 세계다. 어렵다.




김은성(2018-10-29 22:14:25)  
한여름 후기를 이제서야~~^^;;
초은이랑 초우가 등장을 안해서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이..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쭉~~이어가십시오.^^

운영자(2019-01-01 03:40:30)  
이제 혼자가 편해요. 큰 여자애들 데리고 다니면 부담이 되지요.^^
근데 누가 이렇게 많이 읽었지?
이럴 줄 알았으면 결말까지 쓸걸 몇 달 지나니까 기억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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